관련기사 등록
검색섹션
검색영역
기사등급
기사형태
검색영역
검색단어 또는
관련기사 검색결과 리스트
관련기사 검색결과 리스트 컨텐츠
검색된 정보가 없습니다.
관련기사 검색결과 리스트
관련기사 검색결과 리스트 컨텐츠
검색된 정보가 없습니다.
게시글 상세보기
정보

2020/06/15 기획 > 기획 중요기사

제목

김경석 감독, 오버하우젠 영화제 수상작 <퍼디스트 프롬>을 말하다

오버하우젠 국제 단편 영화제 한국실사영화 최초 수상

김현섭

URL복사/SNS공유

http://admission.hanyang.ac.kr/surl/TqjSB

내용

지난 5월 열린 오버하우젠 국제 단편 영화제(이하 오버하우젠 영화제)에서 한국 감독 최초로 실사 영화를 통한 수상 소식이 있다. 영화감독 김경석(연극영화과 11) 씨가 그 주인공. 김 씨가 연출한 영화 <퍼디스트 프롬(Furthest from)>은 아동·청소년 영화 경쟁 부문의 최고상인 아동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김 씨와 함께 수상작 <퍼디스트 프롬>과 그가 생각하는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장편 영화에 세계 3대 영화제로 칸, 베를린, 베니스 영화제가 있다면 단편 영화에는 오버하우젠 영화제가 있다. 단편 영화로 오버하우젠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것은 칸에서 상을 받는 것과 같은 영예다. 영화 역사의 큰 줄기가 되는 사조인 뉴저먼 시네마가 오버하우젠 영화제에서 탄생했을 정도다.
 
<퍼디스트 프롬>은 치밀한 디테일과 함께 인물과의 공감대 형성도 놓치지 않은 연출을 느낄 수 있다. 영화는 실제 사건인 캘리포니아 수질 오염 사태를 배경으로 트레일러 파크에서 사는 어린이 제시의 시선에서 그려진다. <퍼디스트 프롬>은 19분가량의 단편이지만 구성면에서 치밀한 짜임새를 보인다. 첫 시퀀스는 완벽한 암시로 앞으로 펼쳐질 극의 모든 것을 은유한다. 연출의 디테일은 음향과 미장센 등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영화는 색과 빛을 아름답게 표현해낸다. 조도가 풍부한 햇빛부터 야광별에서 나오는 작은 빛깔도 놓치지 않는다. 재해가 발생하면 사람이 죽거나 일상의 터전이 사라진다거나 돈과 물질을 잃는 등 여러 종류의 고통이 수반된다. 이 고통들은 ‘이별’이라는 단어로 추상화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정든 장소와의 이별, 쌓아온 노력의 결과와의 이별로 말이다. 이별이란 특히 어린 아이에게는 무섭고 힘든 일이다. 초등학교 시절 가장 두려운 일은 전학 가는 것이 아니었던가. <퍼디스트 프롬>은 인재에 대한 고통을 어린아이 제시에게 이별로 대입해 보여준다. 이와 함께 사건이 어린 아이에게 성장, 변화, 상처 등 잠재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영화는 품어낸다. 

 
김경석 감독과 <퍼디스트 프롬>을 말하다

- 오버하우젠 영화제의 수상을 축하합니다. 수상 소감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김경석 감독 : 영화제에서 수상해 정말 기쁘고,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알겠습니다. 더욱 치열하게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퍼디스트 프롬>에서 빛을 담아내는 데에 많은 신경을 쓴 것 같습니다. 특별히 어려웠던 샷이나 공들인 컷이 있을까요?

김경석 감독 : 엔딩 부분이 가장 촬영하기 어려웠던 샷 중 하나였어요. 이 샷 고유의 분위기와 감성을 내려면 특정한 시간대에 촬영해야 했거든요. 테이크가 긴 POV 샷(1인칭 시점의 촬영기법)이어서 트레일러 파크에 거주하는 모든 분을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완전히 통제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분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무사히 촬영할 수 있었어요. 다시 한번 주민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샘과 제시의 갈등 상황에서는 항상 록이 흘러나오는 등 영화에 세밀한 연출이 느껴졌어요. ‘이런 것도 찾으면서 보면 재밌다’하는 디테일 하나만 공개해줄 수 있을까요?

김경석 감독 : 박쥐가 제시를 상징하는 중요한 메타포로 사용됐어요. 영화 전반에 박쥐와 관련된 이미지나 사운드가 디테일한 요소로 많이 활용됐습니다. 동굴을 연상케 하는 놀이 공간과 세탁소, 박쥐의 나는 모습을 형상화한 주인공들의 질주 동작, 날개를 달아놓은 제시의 작은 쥐 장난감 등. 박쥐는 제가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굉장히 좋아하고 호기심을 가지던 동물이고, 후디(모자가 달린 옷)를 가지고 박쥐 흉내 내며 뛰어다니는 모습 또한 제가 어릴 때 즐겨 했던 놀이에요. 날 수 있지만 많은 시간 동굴 속에 움츠려 있는 박쥐의 생활 양식이 주인공 제시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해 영화에 활용했습니다.
 
▲영화 <퍼디스트 프롬(Furthest from)>의 포스터. 김경석 (연극영화과 11) 씨는 이 영화를 연출해 한국 감독 최초 오버하우젠 영화제에서 실사 영화로 수상했다. (김 씨 제공)

- <기생충>의 ‘계단’처럼 <퍼디스트 프롬>을 대표할 만한 상징물을 하나 고른다면 무엇인가요?

김경석 감독 : 별들을 꼽을 수 있어요. 굳이 별이 아니라 별들이라고 하는 이유는 별들이 제시만의 세상과 꿈을 상징하기 때문이에요. 제시의 침대 위 플라스틱 야광 별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마을과 그녀의 상황이 악화할수록 점점 더 낮아지고 제시와의 거리를 좁혀옵니다. 루카스가 떠나는 날 아침에는 야광별이 제시의 얼굴 바로 앞까지 가까워져서 그녀가 세상에 갇혀버린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영화 후반부에 제시가 사과하는 법을 배우고 언니에게 사과하게 됐을 때, 비로소 그녀를 점점 옥죄이던 세상이 열리고 별이 빛나는 넓은 밤하늘이 펼쳐집니다.
 
-제시에게 어떤 이별을 투영하고 싶었는지

김경석 감독 : 제시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들은 그녀의 친구 루카스와 그녀가 아는 유일한 세상인 트레일러 파크입니다. 루카스는 제시를 떠나면서 제시에게서 멀어지게 되고, 제시는 트레일러 파크를 떠나면서 그곳으로부터 멀어지게 됩니다. 루카스와의 이별은 극 중 제시를 완전히 변화시키고, 트레일러 파크와의 이별은 제시라는 캐릭터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버릴 거에요. 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이별을 통해 제시를 성장시키고 싶었어요. 변화와 이별은 두렵고 무섭지만, 제시가 그것을 이겨내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퍼디스트 프롬>의 제작과정 비하인드 스토리를 엿보다

- 이 영화를 연출하게 된 직접적인 모티브가 궁금합니다.

김경석 감독 : 이 영화는 제 프로듀서인 렉스 레이어스(Reyes)의 어린 시절 실화를 바탕으로 창작된 이야기입니다. 그의 피칭(공모를 위해 시놉시스를 소개하는 것)을 처음 들었을 때 저의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떠오르면서 영화 속 캐릭터와의 어떤 운명적인 연결이 느껴졌습니다. 재밌는 것은 촬영 감독과 편집을 비롯한 저희 팀원 모두 이런 느낌을 받았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저희 팀은 이 영화를 찍으면서 함께 성장하고 위로를 받았고, 가슴 속 깊은 상처들을 치유해나갈 수 있었어요.
 
- 팀에 대해 얘기해줬는데, 제작팀 간 협업은 어땠나요?

김경석 감독 : <퍼디스트 프롬> 팀은 미국 영화 연구소(AFI)에서 제가 속한 학년 중 명실상부한 팀이었고 영화의 모든 과정이 제게는 큰 행복이었어요. 다시 한번 제 팀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프로듀서인 렉스는 가장 친한 친구이자 동료예요. 저의 지향점을 이해하고 창의적인 방향으로 실행하는 것을 도와줬습니다. 촬영 감독인 텍 시앙 림(Lim)은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촬영 감독 중에 하나에요. 많은 거장과 일한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해줬고, 카메라로 아름다운 영상을 담아냈습니다. 편집을 맡은 안트 월링(Werling) 역시 저와 좋은 협업을 해나갔고 군더더기 없이 세련된 편집을 해줬어요. 안트는 최근 독일 편집 조합원(BFS)이 됐답니다. 아역배우들은 나이가 믿기지 않는 진지함과 연기에 대한 열정을 지녔어요. 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갔고, 특히 제시 역을 맡은 아만다 크리스틴(Christine)은 제가 같이 일한 가장 뛰어난 배우 중 하나였습니다. 미래가 정말 기대가 되는 배우예요.
 
▲김 씨(맨 왼 쪽)가 미국 영화 연구소(AFI)에서 시사회를 지내는 모습. <퍼디스트 프롬>의 제작팀과의 호흡이 좋았다고 얘기했다. (김 씨 제공)

- 미국은 OTT(Over The Top, 인터넷으로 드라마, 영화 등을 볼 수 있는 서비스)채널의 강세가 보이는 곳 중 하나인데, 이번 단편을 찍으면서 극장 상영뿐만 아니라 온라인 상영도 염두에 두고 연출을 진행했는지 궁금합니다.

김경석 감독 : 영화 자체는 극장 상영을 목표로 7k로 촬영했고 돌비(Dolby) 5.1 서라운드로 믹싱해 2K DCP로 추출됐습니다. 하지만 영화제 상영 기간 이후에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온라인 상영 역시 염두에 둔 채 촬영과 후반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극장 상영과 온라인 상영은 본질적으로는 같고 기술적인 차이들만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낮은 포맷으로 추출됐을 때 생길 수 있는 CG나 비주얼 이펙트 상의 품질 저하가 나타나지 않도록 여러 번 확인했고, 음향 역시 스테레오 사운드 버전을 따로 연출해 진행했습니다.
 
- 그간 언론을 통해 수상 사실이 소개되면서 국내 팬들 사이에서도 영화에 대해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어요. 한국에서도 <퍼디스트 프롬>을 상영할 계획이 있나요?

김경석 감독 : 아직 구체적으로 계획이 잡힌 것은 아니지만, 국내의 영화제들을 통해서 상영할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화제 출품 기간이 지난 이후에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등을 통해 배급할 계획을 세우고 있고요. 영화가 기본적으로는 영화관 상영을 기준으로 제작됐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영화제 등을 통한 극장 상영이 많이 이루어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 명의 감독으로서 김경석을 듣다

- 전작 중에서 <승부>도 실화가 바탕인 이야기였죠.

김경석 감독 : 저는 영화가 가진 진정성이 그 영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제 마음에 와닿는 영화들은 모두 자신만의 진정성과 하고 싶은 말들이 뚜렷하게 있는 작품들입니다. 실화에 바탕이 된 영화들은 현실에 맞닿아 있어서 주는 특별한 감동이 있다고 생각해요. ‘실화 영화에만 관심을 가진다’는 아니지만 이런 부분 때문에, 제 영화 중 적지 않은 수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던 것 같아요.
 
- 앞으로 만들고 싶은 영화의 기준이 있다면?

김경석 감독 : 진정성이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죠. 저는 다양한 장르를 좋아하고 또 실험하고 싶어요. 제게 있어 장르는 어떤 목적이기보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게 도와주는 도구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주제에 있어서는 떠나가는 사람과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 크게 공감을 하고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앞으로의 작업에도 이런 주제들이 어느 정도 반영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사람들에게 어떤 문제에 대해 환기를 주겠다’, ‘관객과 인물과의 교감을 이끌어내겠다’ 등 연출에 가치를 두는 포인트를 고르자면 어떤 게 있나요?

김경석 감독 : 관객들이 영화 속 캐릭터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것에 많은 가치를 둡니다. 항상 사건 위주의 이야기보다 캐릭터 중심의 이야기에 매력을 느껴왔어요. 캐릭터의 더 깊은 정서와 정신세계를 탐구하는 것에 큰 노력을 할애합니다. 영화 속에 그런 캐릭터들을 형성하고 그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시스템과 환경에 대해서도 많은 조사와 취재를 합니다. 하지만 그런 사실들과 사건들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 되게 하기보다는 캐릭터와 플롯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김 씨(왼쪽)는 영화에서 진정성을 중요하게 담아내려 한다. (김 씨 제공)

- 장편 연출 등 향후 계획은

김경석 감독 : 코로나19 때문에 연기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의 유명 밴드 Sunsay의 뮤직비디오와 Black Castle Productions에서 기획한 Saturday라는 영화의 촬영을 앞두고 있습니다. 현재는 <퍼디스트 프롬>의 프로듀서와 함께 <퍼디스트 프롬> 장편 화를 진행하고 있고요. 동시에 장편영화 <고스트(Ghosts)>라는 작품의 시나리오를 완성해나가고 있습니다. <고스트>는 한국계 미국인 혼혈 여자아이가 귀신이 된 한국인 할머니와 미국인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짝사랑하는 한국 아이의 사랑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 성장 드라마입니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

- 유학을 가게 된 이유와 유학 생활에서 어려웠던 점이 있나요?

김경석 감독 : 한국, 그것도 서울에서만 살다 보니 바깥세상이 궁금했어요. 특히 영화의 도시라 불리는 로스앤젤레스(LA)에 대한 동경이 있었어요. 미국 영화 연구소(AFI)는 데이빗 린치, 테렌스 맬릭, 대런 아로노프스키 등 존경하는 감독들이 많이 수학했고, 다른 학교들과 다르게 감독, 프로듀서, 촬영, 미술, 편집 등 세부 전공별로 학생을 뽑아 교육한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죠. 지내면서 언어는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처음 왔을 때 문화 차이로 당황한 일들이 있었어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제가 같은 학년 유일한 한국인이었고, 그 덕에 외국인 친구들을 많이 사귀며 빠르게 문화를 배우고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영화인을 꿈꾸는 한양대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김경석 감독 : 눈에 보이는 성과에 너무 집착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 길을 갈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현실의 여러 이유로 인해 두려운 순간들이 많이 있겠지만, 주위 시선이 아닌 본인을 믿으며 버티는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인을 꿈꾸는 후배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사실 굉장히 많이 있는데 조언이 필요하다면 제게 연락해주세요.


글/ 김현섭 기자          swiken1@hanyang.ac.kr
 
URL복사/SNS공유

기사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