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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 15

[오피니언][사랑한대] 정민 교수의 '책, 어떻게 읽을까?'

책, 어떻게 읽을까? 4차 산업혁명, 디지털 문명으로 설명되는 현대에서도 독서는 삶의 통찰력을 키우는 최고의 방법이다. 우리가 ‘독서의 힘으로 현실을 꿰뚫다!’를 연간 테마로, 책과 독서에 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이유다. 그 두 번째 시간.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독서의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판단의 힘을 길러주는 5가지 독서 방법 코로나19로 혼자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만큼 독서의 기회가 늘어난 셈인데, 그 시간을 그저 SNS나 유튜브로 떠내려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독서는 판단의 힘을 길러준다. 넘쳐나는 정보 앞에 갈피를 잃고 헤맬 때, 중심을 딱 잡아주는 힘이 바로 독서에서 나온다. 바른 독서는 우리가 정보를 비판적으로 선택하고 창조적으로 해석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모든 역량의 중심에 독서가 있다. 이글에서는 독서의 방법을 크게 다섯 단계로 나눠 소개할까 한다. 첫째, 소리 내서 읽는 성독(聲讀)이다. 오늘날에 와서 성독은 별로 중시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예전에는 동양이나 서양 할 것 없이 모든 독서는 성독이 기본이었다. 서양의 공공도서관은 높은 천장 위로 책 읽는 소리가 메아리치는 소란스러운 공간이었다. 어린아이들이 모국어의 리듬을 처음 체득하는 것이 바로 성독을 통해서이다. 좋은 글에는 기본적으로 언어의 리듬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좋은 글을 쓰고 싶거든 좋은 글, 잘된 글을 조금씩이라도 소리 내서 읽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물론 모든 책을 다 소리를 내서 읽을 필요는 없다. 옛사람들은 인성구기(因聲求氣)라 해서 소리를 내서 읽는 동안, 그 소리를 통해서 글쓴이의 기운이 내 안으로 전달된다고 믿었다. 사서삼경 같은 경전을 입에 닳도록 줄줄 읽어 목구멍에 젖어 들게 하는 독서다. 중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외웠던 「관동별곡」이나 「기미독립선언문」 같은 글들은 평생을 함께 간다. 다독과 정독을 두고 말들이 많지만, 여러 번 읽는 다독은 그 책을 깊이 새기기 위한 정독의 방편이기도 하다. 좋은 책을 여러 번, 그것도 규칙적으로 소리 내서 읽는다면 정독과 다독의 효과를 함께 성취할 수 있다. 좋은 글은 반드시 성독의 방법을 곁들일 것을 권한다. 성독을 통해 어린이들은 정서가 길러지고, 언어 능력이 비약적으로 성장한다. 소리는 언제나 의미에 앞선다. 낭독 방식의 독서를 체력 소모만 많은 구시대적인 것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좋은 글과 나쁜 글의 차이는 소리를 내서 읽어 보면 확연하게 구분된다. 자신의 글쓰기 습관을 고치는데도 이 방법은 대단히 유효하다. 자기가 쓴 글을 한번 소리 내서 읽어 보라. 눈으로 읽을 때와는 큰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둘째, 정보를 계열화해서 읽는 독서법도 중요하다. 이것은 책이 책을 부르고, 상관없어 보이는 지식 정보 사이에 일종의 그물망 같은 네트워크를 만드는 독서법이다. 말하자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 읽기다. 어떤 분야에 대해 흥미가 생기면, 그 흥미에 따라 종횡으로 도서의 목록을 추가해가는 독서법이 그것이다. 오늘 읽은 책과 내일 읽는 책 사이에 연쇄반응이 일어나, 갈래를 세우고 체계를 갖춰, 지식의 저장고에 차곡차곡 쌓이는 독서다. 닥치는 대로 마구 읽으면서, 읽은 책의 권수에만 집착하는 것은 절대로 바람직한 독서가 아니다. 구슬을 꿰듯 계열화되는 정보의 그물을 가지고 있어야, 정보의 바다에서 건져 올릴 수 있는 물고기가 풍성해진다. 누구나 몇 개씩의 계열화된 정보 맥락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오늘날 인터넷 환경에서 이 방법은 대단히 위력적이고 효과적이다. 찾아가는 독서, 연쇄적 독서를 통해 막연하던 의미가 구체화 되고, 정보 사이의 우열도 판단할 수 있게 된다. 특히 글쓰기에 관심이 있을 경우, 정보의 선택과 우열을 판단하여 재배열을 통해 체계화하는 훈련이 꼭 필요하다. 카드 작업에 해당하는 베껴 쓰기는 뜻밖에 효용성이 높은 방법 중 하나다. 셋째, 의심을 갖고, 의문을 품는 독서를 권하겠다. 독서는 의미를 따지고, 의문을 품는데서 깊이가 더해지고, 너비가 확장된다. 책을 읽되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으려면, 따져 읽고 살펴 읽는 태도가 요구된다. 그래야 책과 내가 따로 놀지 않고, 읽을 때마다 내게 피가 되고 살이 된다. 수동적이지 않고 능동적인 독서인 셈이다. 무엇보다 책과 나 사이에 소통과 교감이 일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읽을 때는 알 것 같다가 읽고 나면 아무 남는 것이 없게 된다. 저게 뭘까? 정말 그럴까? 책과 나 사이에 적극적인 관계 설정이 필요하다. 덮어놓고 받아들이지 않고, 궁리해서 따져 보고, 납득이 되면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으면 질문을 던지며 함께 나아가는 독서다. 두 번째, 정보를 계열화하는 독서가 관련 정보를 모아 앞뒤로 체계화하는 방식이라면, 의문과 회의의 독서는 확장이 아닌 깊이를 추구하는 책 읽기다. 전자가 원심적이라면, 후자는 구심적 독서에 해당한다. 넷째, 오성을 열어주는 독서를 꼽겠다. 이것은 글쓴이의 마음과 만나는 독서를 말한다. 글만 읽고 글쓴이의 마음과 만날 수 없다면, 제대로 된 독서로 보기 어렵다. 맹자는 이것을 ‘이의역지(以意逆志)’란 말로 표현했다. 자기의 뜻을 가지고 글쓴이의 뜻을 마중하는 독서란 말이다. 그러자면 책 속에 담긴 뜻을 깊이 궁구하고, 전체를 통틀어 하나로 꾀어 일이관지( 一以貫之)하는 독서가 되어야만 한다. 그러자면 깊이가 필요하다. 푹 젖어 드는 독서라야 가능하다. 오성을 열어주는 독서라 함은 깨달음으로 이어지는 독서라는 뜻이다. 부지런한 노력이 중요하지만, 깨달음으로 불붙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오성이 열리면 그 순간 모든 것이 달라진다. 전에는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던 것을 명백하게 이해할 수 있다. 대충 알고 넘어갔던 문제가 투철하게 이해된다. 그러려면 덮어 놓고 읽기만 해서는 안 되고, 책의 핵심을 간추려내는 안목이 요구된다. 이렇게 읽으면 절반의 노력으로 몇 배의 성과를 거둘 수가 있다. 책을 굳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을 필요도 없다. 다섯째, 텍스트를 넘어서는 살아있는 독서로까지 확장될 때 독서는 비로소 완성의 단계에 도달한다. 이른바 활자를 넘어선 독서다. 이 단계에서는 우주 만물과 일상 사무 그 자체가 하나의 텍스트로 변화한다. 문자에 얽매이지 않고 그것을 넘어서서, 일상 속에서 날마다 맞닥뜨리는 일들에서 의미를 찾고, 그 의미를 통해 내 삶의 지평을 향상시키는 독서다. 말 그대로 살아 숨 쉬는 독서의 최고 경지에 해당한다. 이 마지막 단계의 독서는 문자의 제약을 벗어나 나를 자유롭게 하고, 열려있게 하는 책읽기다. 삶의 의미와 비밀은 종이 위에만 있지 않다. 활자의 숲을 벗어나, 살아 있는 책, 펄펄 뛰는 텍스트를 판독하는 놀라운 독서다. 이때 독서의 범위와 활용은 무한대로 확장된다. 앞서의 여러 독서법은 이 단계에 도달하기 위한 연습 과정일 뿐이다. 이상 살핀 다섯 가지 독서는 별개가 아니라 하나다. 책을 잘 읽으면 글도 잘 쓰게 된다. 생각이 깊어지면, 글도 깊어진다. 계통화된 정보가 쌓일 때 너비가 생기고, 높이는 따라온다. 좋은 글을 소리 내서 읽고, 한 책을 읽다가 다른 책을 불러오고, 한 책을 읽을 때도 끌려가지 않고, 의심과 의문으로 텍스트를 끌고 오는 독서를 해야 한다. 그래야 오성이 열리고, 깨달음이 온다. 깨달음의 안목이 한번 열리면, 그 뒤로는 삼라만상 어느 것 하나 책 아닌 것이 없다. 글 정민 교수(국어국문학과) ▲정민 교수(국어국문학과) 정민 교수는? 정민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다산 정약용 연구의 권위자이자 새로운 시각으로 고전 속의 지혜를 전하는 지식인이다. 혜안을 넓히는 독서와 글쓰기에 관한 강연과 저서 활동도 펼치고 있다. 본 내용은 한양대 소식지 '사랑한대'의 2020년 여름호(통권 제254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사랑한대 2020년 여름호(통권 제254호) 보러가기

2020-06 15

[오피니언][담장 없는 에세이] 내리사랑!사랑의 나비효과

내리사랑!사랑의 나비효과 중·고등학교 내내 흔한 동아리 한번 가입할 용기 없던 소심한 스무 살 유럽언어학부 01학번이 50년 넘게 이어온 전통 있는 연합동아리의 회장이 될 용기를 내고,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동문이 된 지금까지 띠동갑 이상 차이 나는 재학생 후배들과 연락하며, 매 연말 회사 근처로 후배들을 초대해 편안한 맥주파티를 열고 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은 우리 동아리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내리사랑을 실천해주신 한 선배님 덕분이다. 진심으로 어린 마음을 다독여준 선배님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이 제법 어울리는 나이가 되어간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19년 전(고3으로 치자면, 태어난 날을 기억하는 것과 같은 시차이다), 한양대학교에 입학해 친구 따라 중앙동아리에 등록했던 어느 봄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입학 직후부터 어려워지던 아버지의 사업이 실패하며, 나는 3학년이 되던 해 등록금을 낼 형편이 되지 않아 휴학을 고민하고 있었다. 세 딸 중 막내였던 나는 ‘이제 나만 잘 버티면 된다. 은퇴를 앞둔 부모님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는 생각 하나로 등록금을 벌고자 부모님과 상의 없이 휴학을 결정했다. 하지만 그렇게 한 학기만 보내고 곧바로 복학하려던 계획은 어려워진 집안 형편으로 무산됐고, 결국 총 1년을 휴학해야 했다. 다음 해 같은 시기에, 계속 휴학하는 것이 집안 사정에도 내 학업 일정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복학을 결정했다. 아르바이트하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등록을 했지만, 복수전공에 교직 이수까지 하고 있던 터라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주말밖에 없었다. 하루하루가 벅차다는 생각이 들 때였다. 1학년 때 가입한 동아리에서 열심히 생활한 덕분에, 2학년 때는 동아리의 회장이 됐다. 그 계기로 동아리의 여러 동문 선배님들에게 크고 작은 일들을 배울 수 있었다. 재학생 회장 자격으로 동문 모임에 초대되다 보니, 나는 나이 차가 꽤 많이 나는 동문 선배님들의 소소한 저녁 식사 자리에도 제법 단골 멤버가 됐다. 그런 나를 오랜만에 한번 보고 싶다고 연락을 주신 선배님들이 계셨다. 그렇게 4~5명의 선배님과 평범한 저녁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잠시 복도에서 부모님과 통화를 하려던 중에, 마침 선배님과 마주쳐 대화를 나누게 됐다. “그래, 별일 없지?”라며 선배님은 아주 일상적인 안부를 물으셨는데, ‘네~ 잘 지내요!’라는 상투적인 말 한마디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머뭇거리고 있으니 선배님이 눈치를 채시고는 “힘든 일이 있었나 보구나” 하셨다. 눈물이 왈칵 흘렀다. 그제야 나도 ‘내가 많이 힘들어하고 있었구나,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못한 채 오래 참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그대로 한 10분을 울었다. 매우 당황하셨을 선배님은 내가 눈물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을 때 ‘다 안다, 다 알아. 더 울어도 돼’라고 말하는 것 같은 세상 인자한 눈빛과 걱정 어린 미간을 보이고 계셨다. 그리곤, 이렇게 말씀하셨다. “지영아, 학업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네가 스스로 해결하려는 마음이 뭔지는 잘 알지만, 학교 선배로서 또 인생 선배로서 지금은 네가 돈을 벌어야 할 시기는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단다.” “…….” “음... 그리고 분명, 내가 이런 제안을 하면, 부모님께 매우 실례가 될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때마침 회사에서 성과급을 받았어. 지영이가 복학하고 공부에 매진할 수 있도록 등록금을 보내주고 싶은데, 거절하지 말고 받아줄래?” 이에 서너 번의 실랑이 아닌 실랑이가 있었고, 선배님의 의지와 결정이 매우 확고하셨기에 난 결국 선배님의 도움을 받게 됐다. 그리고 어서 졸업해 첫 월급을 타고, 선배님께 제일 먼저 감사 인사를 드리겠다는 마음 하나로 졸업과 취직을 향해 쉼 없이 달렸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첫 월급을 타고 선배님께 꾸물꾸물 쭈뼛쭈뼛 하얀 봉투에 편지로 위장한 그 돈을 돌려드리려 하자, 역시나 예상하셨다는 듯 선배님이 말씀하셨다. “너무나 기특하게도 이렇게 잘 졸업하고 취업해서 선배에게 네 마음을 표현해줘서 고맙다. 그런데, 선배랑 약속하나 해줄래? 이 돈은 나에게 갚지 말고. 지영이가 아끼는 어떤 후배한테 밥을 사주고 싶을 때, 혹은 동아리에서 후배들이 행사를 기획하는데 재정적으로 어려워 보일 때 도와주기로! 그럴 수 있지?” 어느덧 나도 누군가의 선배가 되었다 어느덧, 나는 두 아이의 부모이자 사회생활 14년 차, 내년이면 마흔인 한 금융회사의 중견 세일즈 우먼으로 살아가고 있다(그 선배님과는 언제든 곱창에 소주 한 잔 나누는 정말 찐 선후배 사이가 된 것은 말이 필요 없다). 나도 이제는 부모로서 내 아이들에게 다른 사람과 어떻게, 왜 함께 살아가야 하는지를 가르쳐야 하고,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국민으로서 나보다 삶이 조금 더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살기 위해 세금과 기부금을 내고, 회사 선임으로서 신입사원에게 무엇이 중요하고 어떤 것이 우선인지를 알려줘야만 하는, 정말로 누군가의 선배가 되어버렸다. 짧지 않은 사회생활 동안 좋다는 인문학 서적, 사회생활 잘하는 법을 알려주는 강의, 처세술 등등을 눈으로 귀로 보고 들으며 얻은 인생 노하우가 수백 가지는 된다. 하지만 그 어떤 비싼 강의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강사의 이야기도 단 하나의 배움보다 멋지지 않았다. 인생을 통해 몸소 인간에 대한, 후배에 대한, 자신이 함께 살아갈 울타리에 대한 ‘내리사랑’을 보여주신 그 선배님의 말과 행동만큼 확실한 메시지는 없었다. 그리고 감히, 나도 그 누군가에게 함께 살아갈 든든한 한 사람이 되고 싶음을 밝힌다. 꼭 내가 받은 그 큰 사랑을 또 다른 남지영에게 이어주고 싶다는 고백을 전한다. “한양대학교 80학번 이규현 선배님, 감사합니다!” 글 남지영 동문(프랑스어권언어·문화전공 01) 본 내용은 한양대 소식지 '사랑한대'의 2020년 여름호(통권 제254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사랑한대 2020년 여름호(통권 제254호) 보러가기

2020-06 15

[오피니언][건강 인사이트] 일상생활 방해하는 빙글빙글 어지럼증

일상생활 방해하는 빙글빙글 어지럼증 일상적인 움직임에도 어지럼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어지럼증을 대수롭지 않게 넘길 때가 많지만, 증상이 여러 차례 반복되고 정도가 심해진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어지럼증은 건강 이상의 신호일 뿐 아니라 일상을 방해해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어지럼을 일으키는 원인과 증상, 치료법에 대해 알아보자. 어지럼증이 귀 질환 때문이라고? 어지럼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머릿속이 돌아가는 느낌이나 구름 위를 걷는 느낌, 한쪽으로 몸이 쏠리는 느낌, 순간적으로 핑하고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눈앞이 빙글빙글 돌아가거나 혹은 누울 때 땅속으로 푹 빠지는 느낌이라고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같은 어지럼에 대해서도 사람마다 다르게 표현하기 때문에 그 양상이 매우 다양하다. 어지럼을 처음 겪으면 먼저 빈혈이나 뇌혈관 질환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실제 검사 결과를 살펴보면 약 60~80%가 귀 질환으로 인한 어지럼으로 진단된다고 알려져 있다. 귀 안으로 들어가면 고막보다 더 깊은 곳, 뇌 신경이 귀와 만나는 위치에 내이(內耳, inner ear)라고 불리는 기관이 위치한다. 이 내이에는 청각을 담당하는 달팽이관과 평형기능을 담당하는 전정기관 및 세반고리관이 나란히 자리해 있다. 평형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에 질환이 생기면 다양한 양상으로 어지럼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는 눈동자의 움직임을 보고 간접적으로 진단하게 된다. 어지럼 환자 중에서 “눈은 괜찮은데, 귀를 검사한다면서 왜 자꾸 눈을 보느냐?”고 의문을 가지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내이 기관은 외부에서 관찰할 수 없는 위치일 뿐 아니라, 여기에 눈동자를 움직이는 근육과 직접 연결된 신경 경로가 있어 눈을 관찰하는 것이다. 각종 유발검사를 통해 눈동자가 움직이는 방향과 크기, 양상 등을 정밀하게 평가하면 내이의 질환을 진단할 수 있다. 다양한 원인 질환, 정확한 진단이 관건 어지럼을 일으키는 귀 질환은 다양한데 흔히 ‘이석증’이라 불리는 ‘양성 돌발성 두위 현훈’의 발생률이 가장 높다. 전형적인 경우, 전정기관에 있어야 할 이석(耳石)이 본래의 자리를 이탈해 옆쪽 세반고리관으로 들어가 눈앞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이석증을 일으키게 된다. 진단명이 말해주듯이, 머리를 움직이는데 갑자기 돌발적으로, 마치 놀이기구를 탄 듯 심하게 빙빙 돌아가면서 구역질이나 구토를 동반하기 때문에 사전지식 없이 이석증을 겪게 되면 매우 놀라는 경우가 많다. 이석증이 진단되면 이탈한 이석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찾는 안진검사를 하고, 다시 이석을 세반고리관 밖으로 돌려보내는 ‘이석치환술’을 시행해 치료할 수 있다. 이석증이 발생한 세반고리관의 종류와 이석의 위치에 따라 심하게 빙빙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뱃멀미처럼 애매한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평상시에 늘 불편한 정도의 어지럼을 호소하는 경우, 이석증을 의심하지 못해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 폐경기 전후의 여성이나 침상 생활이 오랜 환자, 골다공증이 있는 환자에게서 더 흔히 발생하고 재발률도 상대적으로 높다. 그 외에도 평형기관과 뇌를 연결하는 신경에 이상이 생기는 ‘전정신경염’, 내이를 채우고 있는 내림프액의 대사장애로 발생하는 ‘메니에르병’, 편두통이 어지럼으로 발현하는 ‘전정 편두통’, 혈관이 신경을 압박하여 나타나는 ‘전정 발작’, 중이염의 합병증으로 유발되는 ‘내이미로염’, 갑작스러운 청력저하와 어지럼을 동반하는 ‘돌발성 난청’ 등으로 어지럼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원인 질환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먼저이고, 그에 따라 약물치료와 재활 훈련, 고실주입술이나 수술 등의 방법을 이용해 알맞은 치료를 해야 한다. 어지럼 생길 때 안전사고 유의해야 어지럼 증상이 심할 때 검사할수록 결과가 정확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어지럼을 일으키는 질환이 다양한 만큼, 증상이 사라지기 전에 내원하는 것이 진단과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 다만 평소보다 잘 넘어지거나 중심을 잡기 힘들 수 있으니 반드시 보호자와 함께 이동해야 한다. 비교적 가벼운 어지럼이라 할지라도 직접 운전하거나 자전거, 오토바이 등을 타는 활동은 전문의와 상의 후에 하는 것이 안전하다. 실제로 어지럼으로 인한 낙상 사고와 골절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특히 고령 환자의 경우는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다행인 점은, 귀 질환으로 인한 어지럼은 초기에 그 강도가 심할지라도 대부분 시급을 다투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뇌졸중이나 뇌출혈과 같은 중추성 질환으로 어지럼이 나타나는 경우는 빠른 진단과 치료가 필수적이다. 심근경색이나 부정맥과 같은 심장질환 때문에 어지럼이 나타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귀 질환으로 인한 어지럼 빈도가 높지만, 응급실을 방문한 어지럼증 환자에게 뇌 영상검사와 기본 혈액검사를 먼저 시행한 뒤 소견에 따라 이비인후과 진료를 보게 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따라서 어지럼 환자가 뇌 질환이나 심장 질환과 같은 전신질환 위험인자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특히 마비, 두통, 구음장애, 의식저하, 실조 증상 등을 동반하는 경우에는 즉시 응급실로 내원해야 한다. 글 변하영 교수(한양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 일러스트 허예리 본 내용은 한양대 소식지 '사랑한대'의 2020년 여름호(통권 제254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사랑한대 2020년 여름호(통권 제254호) 보러가기

2020-03 01

[오피니언][사랑한대] 정민 교수, 우리가 독서를 해야하는 이유

독서의 이유 독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삶의 통찰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밑거름이었다. 그리고 인터넷과 AI로 대변되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러하다. ‘독서의 힘으로 현실을 꿰뚫다!’를 연간 테마로, 책과 독서에 관한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는 우리가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다. 내 마음속의 태평성대 정보는 홍수처럼 밀려들고, 잠깐만 한눈을 팔아도 대열에서 낙오해 엉뚱한데 와 있을 것만 같다. 나날은 방향 없이 등 떠밀려 떠내려간다. 여기가 어딘지,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는 알 수 없고 알고 싶지도 않다. 나날은 점점 더 불안해지고, 일상은 아슬아슬한 곡예다. 바빠도 정신줄까지 놓으면 안 되는데, 마음에 중심이 사라지자, 몸의 종이 되어 허둥지둥 허겁지겁의 연속이다. 바빠 죽겠는데 바쁜 이유를 모르겠다. 늘 불안을 달고 산다. 답은 책 속에 다 들어 있건만, 책을 멀리하고, 생각을 거부하면서 생긴 폐해다. 고려 때 이곡(李穀, 1298~1351)이 지은 「남을 대신하여 중시 사예에게 답하다(代書答仲始司藝)」란 시다. 화와 복은 언제나 마주 보는 법 禍福常相對 은혜 원수 둘 다 모두 잊어야 하리. 恩讎要兩忘 남촌에서 책을 읽던 바로 그곳이 南村讀書處 다름 아닌 희황(羲黃)의 시절이었네. 便是一羲黃 4구의 희황(羲黃)은 고대의 이상적 제왕인 복희(伏羲)와 황제(黃帝)다. 이상적인 태평 시대의 뜻으로 쓴다. 지금 하는 이 일이 내게 복이 될지 화가 될지 가늠 못 할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어제의 원수가 오늘은 은인이 되고, 오늘의 은인은 내일 다시 원수로 돌아선다. 여기에는 원칙도 기준도 없고, 단지 이익과 손해의 잣대만 있을 뿐이다. 시인은 말한다. “벗이여! 어떤가? 우리 예전 남촌의 서당에서 코흘리개로 책 읽던 그때는 이런 생각 없었지. 서로 안 지려고 목청을 높이고, 하나라도 더 외우려고 밤잠 아껴가며 책 읽던 그때를 기억하는가? 내 마음속의 태평성대는 그때밖에는 없었던 듯하이. 그만 털어버리세. 책 읽던 그때의 그 시간과 공간 속으로 돌아가 보세나.” 중시(仲始) 김대경(金臺卿)과 시인의 벗은 함께 글을 읽은 동무였는데, 이해가 엇갈려 서로 간에 문제가 생겼던 모양이다. 둘 사이에 화해를 붙이려고 친구의 입장에서 대신 써준 시다. 둘은 이 시를 통해 화해할 수 있었을까? 소원해진 두 벗을 다시 묶어주는 것은 독서의 시간이다. 그것은 화복도 없고 은원(恩怨)도 없는 순수한 결정(結晶)의 시간이다. 책은 왜 읽는가? 허균(許筠, 1569~1618)의 『한정록(閒情錄)』에 「정업(靜業)」의 항목이 있다. 정업, 즉 고요히 하는 사업이란 바로 독서를 말한다. 책에 실린 독서에 관한 격언 몇 항목을 소개하겠다. “책으로 이 마음을 붙든다. 한때라도 내려놓으면 한때의 덕성이 해이해진다. 책을 읽으면 이 마음이 항상 있지만, 책을 읽지 않으면 끝내 바른 이치를 보고도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書以維持此心. 一時放下, 則一時德性有懈. 讀書則此心常在, 不讀書則終 看義理不見.)” 송나라 때 학자 장횡거(張橫渠)의 말이다. 내게서 내 마음이 달아나지 않도록 붙들어 매주는 것은 책이다. 책과 함께 할 때, 나는 나의 주인으로 살고, 책을 손에서 놓는 순간 나는 바른길을 보고도 그것을 보지 못하는 허깨비 인생이 되고 만다. 다음은 안지추( 之推)가 『안씨가훈(顔氏家訓)』에서 한 말이다. “많은 재물을 쌓아두 는 것이 얕은 기술을 몸에 지니는 것만 못하다. 기술 중에 배우기는 쉽지만 아주 소중한 것으로 독서만 한 것이 없다. 세상 사람은 어진이든 어리석은 이든 모두 아는 사람이 많고 경험한 일이 폭넓어지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책을 읽으려 들지는 않는다. 이것은 배부르기를 구하면서 밥 짓기를 게을리하고, 따뜻해지려 하면서 옷 만들기에 나태한 것과 같다. (積財千萬, 不如薄伎在身. 伎之易習, 而可貴者, 莫如讀書. 世人不問賢愚, 皆欲識人之多, 見事之廣, 而不肯讀書, 是猶求飽而懶營饌, 欲煖而惰裁衣也.)” 쌓아둔 재물은 쓰기 바쁘지만, 독서의 습관은 재물만이 아니라 모든 것을 만들어낸다. 많은 사람을 만나 인맥을 만들고 싶은가? 세상 끝까지 가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은가? 직접 가지 않아도 책 속에 사람이 있고, 책 속에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가 있다. 꿈만 꾸고 행동에 옮기려고 들지는 않으니, 쌓아둔 재물이 다 축이 나도록, 일상의 허기와 추위가 가시지를 않는다. 안지추는 이런 말도 했다. “독서가 설령 큰 성취를 줄 수 없다 해도 오히려 한 가지 기예로 이를 얻어 자신의 밑천으로 삼을 만하다. 부형(父兄)은 언제까지 기댈 수 없고, 고향과 나라도 나를 항상 지켜줄 수가 없다. 하루아침에 이리저리 떠돌게 되어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 때는 마땅히 자신에게서 직접 구해야 한다. (讀書縱不能大成就, 猶爲一藝, 得以自資. 父兄不可常依, 鄕國不可常保. 一旦流離, 無人庇蔭, 當自救諸身耳.)” 도움의 손길이 끊어진 자리, 내 스스로 대답을 찾아야 할 때, 나의 든든한 밑천이 되어줄 것은 독서의 힘밖에 없다는 얘기다. 책은 어떻게 읽을까? 1년에 몇백 권을 읽겠다는 목표를 세워, 목표만을 위해 달려가는 독서는 재앙에 가깝다. 충족되는 것은 나는 책을 읽고 있다는 자기만족뿐, 내면에 고이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설선(薛瑄)이 말했다. “독서는 차분히 고요하게, 느긋하고 천천히, 꼼꼼하고 자세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마음이 책 속으로 들어가서 묘미를 얻을 수가 있다. 만약 조급하고 어지럽게, 편협하고 바쁘게 건성으로 대략 읽는다면, 이른바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음식을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하는 지경이 되고 만다. 어찌 족히 그 묘미를 얻을 수 있겠는가? (讀書惟寧靜寬徐縝密, 則心入其中, 而可得其妙. 若躁擾急, 略以求之, 所謂視而不見, 聽而不聞, 食而不知其味者也. 焉足以得其妙乎.)” 바빠 죽겠는데 어떻게 차분하고 고요해지며, 느긋하고 천천히 읽을 시간이 있느냐고 말하면 피차에 답답하다. 마음이 깃들면 복잡한 전철 속도 태고의 적막과 같고, 마음이 달아나면 심심산중도 저잣거리와 한가지다. 소동파는 젊은 청년 왕랑(王)에게 건넨 편지에서 독서의 방법을 이렇게 설명했다. “젊어서 배우는 사람은 한 권의 책을 여러 차례 읽어야 한다. 바다에 들어가면 온갖 물건이 다 있지만 사람의 정력으로 능히 다 가져올 수가 없어, 그저 갖고 싶은 것만 얻고 마는 것과 같다. 그래서 배우기를 원하는 사람은 매번 한 가지 뜻을 가지고 구해야만 한다. 고금의 흥망치란이나 성현(聖賢)의 작용을 구하려면, 단지 이 뜻만 가지고 구해야지 다른 마음을 먹어서는 안 된다. 어떤 일의 정보나 문물에 대해 알고 싶으면 또한 이렇게 한다. 배움이 이루어지면 팔면에서 적을 받더라도 그저 섭렵만 한 사람과는 한 몫에 얘기할 수가 없다.(少年爲學者, 每一書皆作數次讀. 當如入海, 百貨皆有. 人之精力, 不能盡取. 但得其所欲求者耳. 故願學者, 每次作一意求之. 如欲求古今興亡治亂聖賢作用, 且只作此意求之, 勿生餘念. 求事迹文物之類, 亦如之. 若學成, 八面受敵, 與涉獵者, 不可同日而語.)” 몰입해서 집중하는 독서의 위력을 말했다. 1년에 몇백 권을 읽어 치운 것은 자랑이 아니다. 차곡차곡 쌓여서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독서의 힘이 내면에 쌓일 때, 팔면에서 날아드는 적의 공격에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가 있다. 명창정궤(明窓淨)! 볕 잘 드는 창 아래 정갈한 책상 앞에서 책을 펴고 태고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 보자! 글 정민 교수(국어국문학과) 정민 교수는? 정민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다산 정약용 연구의 권위자이자 새로운 시각으로 고전 속의 지혜를 전하는 지식인이다. 혜안을 넓히는 독서와 글쓰기에 관한 강연과 저서 활동도 펼치고 있다. 본 내용은 한양대 소식지 '사랑한대'의 2020년 봄호(통권 제253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 사랑한대 2020년 봄호(통권 제253호) 보러가기

2020-03 01

[오피니언][사랑한대] 건강인사이트, 코로나19로 보는 감염병 전파와 예방

최근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불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모두가 불안하고 힘든 일상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는 지난해 12월 발생한 중국 우한 지역 폐렴의 원인 바이러스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의심환자와 확진자가 발생해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19의 전파 특성과 함께 감염병 예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코로나19의 전파 특성은?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전파력은 실제 전파력이 비슷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스’보다 높지 않다. 감염자 1인당 평균적으로 전염시킬 수 있는 인원수를 의미하는 R0값의 경우 사스가 3 내외지만, 코로나19는 2.2 내외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감염증을 조기에 인지할 수 있는 증상 발현 이전부터 바이러스가 전파되기 때문에, 실제로 바이러스 전파 방지를 위한 효율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있다. 정확한 전파 경로에 대해서는 더 연구가 필요하지만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비말(침방울)로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기를 통해 전파된다고 착각하기 쉬운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공기 전파 감염증의 경우 바이러스 입자가 작아서 공기 중에 부유하며 상대적으로 먼 위치의 사람까지 감염시킬 수 있다. 반면 비말 감염증의 경우 바이러스 입자가 상대적으로 커서 멀리 날아가지 못하고 주변에 툭툭 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환자가 세게 기침을 해도 2m 이상 날아가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 이상의 거리에서는 감염증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 대변에서 바이러스가 확인됐다는 연구가 발표돼 분변을 통한 전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데 실제로 이를 통한 전파가 일어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코로나19의 잠복기는? 현재까지 알려진 자료에 의하면 코로나19의 잠복기는 최소 2일에서 최대 14일, 평균 약 5.2일로 추정할 수 있다. 노출된 바이러스의 양이 많고 노출된 시간이 길수록 실제 감염증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동일한 공간에 있는 사람 중 일부는 실제 감염으로 이어지지만 나머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도 관찰된다. 코로나19를 포함한 바이러스는 세포 안에서 살지 않을 경우 사멸하게 되는데, 건조한 무생물 표면에서는 3일까지 살아있을 수 있다고 한다. 다행히 열과 소독약제에 약하다는 특성이 있어 적절한 소독 절차에 따라 소독한 경우라면 전파력이 없다. 따라서 확진자가 다녀간 장소라도 적절한 소독이 이루어졌다면 해당 장소에 방문해도 감염될 위험이 없다. 중국에서 발송된 택배나 중국에서 제조된 김치를 기피하기도 하는데, 택배 상자를 포장하는 과정이나 김치 제조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됐더라도 제조 및 운송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안에서 바이러스가 생존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따라서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반려동물을 통한 전파 가능성 부분은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이론적으로는 동물마다 호흡기에 존재하는 바이러스 수용체가 다르기 때문에 사람에 감염을 일으킨다고 해도 반려동물에 감염을 일으킬 확률은 높지 않다. 코로나19 전파 방지를 위해서는? 코로나19는 새로운 감염병이기 때문에 환자를 분류하는 기준이 혼란스럽고 어렵다. 게다가 유행이 커지고 장기화되는 만큼 질병관리본부 등 국가 당국이 100% 완벽하게 대응하는 것에도 분명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국민 개개인이 예방지침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중국 방문과 확진자 직접 접촉을 감염 위험 노출자로 간주하고 있다. 이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감염 위험 노출 시점부터 2주 이내에 37.5도 이상의 발열이나 기침, 호흡 곤란 등의 호흡기 증상이 나타난다면, 절대 외출하지 말고 질병관리본부 콜센터인 1339로 연락하여 추가 조치에 대한 안내를 받아야 한다. 방역 당국이 공개한 확진자 이동경로를 보고 본인이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가까이 있었다고 판단되면 즉시 신고하고 당국의 안내를 받는 것이 좋다. 단, 현재 많은 문의전화로 콜센터 업무의 과부하가 있는 만큼 너무 무분별한 신고는 분명 자제해야겠다. 감염병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침 예절과 손 위생 관리가 중요하다. 알려진 감염 위험에 노출이 없다고 할지라도 가급적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 방문하는 것은 삼가고, 부득이하게 외출할 경우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또한, 의료기관 방문이 필요한 경우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하며 의료진에게 사전에 해외여행력과 접촉력을 알려야 한다. 마스크가 없으면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꼭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려야 한다. 오염된 손으로 코나 입을 닦을 때 바이러스가 몸 안에 침투할 수 있기 때문에 외출 전후로는 반드시 비누나 알코올 젤을 이용하여 손을 닦는 등 철저하게 손 위생에 신경 써야 한다. ※ 이 글은 2월 13일을 기준으로 작성된 원고입니다. 글 김봉영 교수(한양대학교병원 감염내과) | 일러스트 허예리 본 내용은 한양대 소식지 '사랑한대'의 2020년 봄호(통권 제253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 사랑한대 2020년 봄호(통권 제253호) 보러가기

2020-03 01

[오피니언][사랑한대] 담장 없는 에세이, 누리고자 하는 만큼 누리는 대학 생활

누리고자 하는 만큼 누리는 대학 생활 대한민국 청소년이라면 끊임없이 듣는 말들이 있다. ‘대학에 가야 한다’, ‘대학 가면 하고 싶은 것 다 할 수 있어’, ‘대학 가면 살 빠져’ 등 여러 버전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말들을 수없이 들으면서도 나는 정작 ‘왜’ 대학에 가야 하는지를 고민하지 않았다. 그저 이 지긋지긋한 수험생활의 끝이 대학 입학이라는 생각만 하고 살았다. 그렇게 나는 한양대학교 ERICA캠퍼스에 입학했다. 과연 나는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다 하고 살았을까? 인생의 분기점 그리고 나를 찾는 시기 대학 입학 후 나는 대학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은 다 누리려고 노력했다. 기숙사 생활, 자취, 휴학, 대외활동, 교환학생, CC, 인턴십 프로그램 등 모두 다 말이다. 그 과정은 내게 완전히 새로운 세계였다. 처음 만난 룸메이트, 고등학교 선생님들과 달리 어려워 보이는 교수님들, 한 살 밖에 차이 나지 않지만 어른처럼 느껴지는 선배들, 각양 각지에서 모인 동기들까지. 나는 한양대라는 한 사회에 입성한 것이다. 고등학교 때와 비교해 내가 선택하고 경험할 수 있는 폭이 매우 넓어졌다. 그러던 중에 중국으로 교환학생을 갔던 선배가 내게 교환학생 제도를 추천했다. 한양대와 교류하는 대학은 아시아·미국·중 남미·유럽국가 등 세계 곳곳에 매우 많다. 자격요건만 갖춘다면 내가 가고 싶은 나라에서 유학을 할 수 있다. 그중 어렸을 때부터 막연한 동경을 갖고, 꼭 한번 살아보고 싶었던 네덜란드로 교환학생을 가게 되었다. 네덜란드에서 보낸 6개월은 나에게 세상을 보는 시각을 넓혀준 인생의 분기점이었다. 낯선 타지에서 생활하며 0부터 100까지 내 손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다.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부터 집 계약, 자전거 사고 시 보험 처리 등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곳에서 나의 삶을 꾸려나갔다. 외국인 룸메이트를 비롯해 우리나라와 전혀 다른 생활 방식으로 살아가는 이들 사이에서 적응해야 했다. 생각지도 못한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부닥칠 때도 스스로 타개해야 했다. 많은 고난이 있었지만, 그 사이에서도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고, 파티를 즐기고, 여행을 다니며 즐겁게 생활했다. 이때 알게 된 소중한 친구들과는 지금까지도 연락을 하고 있다. 이처럼 교환학생 제도를 통해 해외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내 소망을 이룰 수 있었다. 또한, 세상을 향한 더 넓은 견문을 가지고, 자립심을 기르게 되었다. 동시에 내가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후에는 취업 준비 전 내가 관심 있던 마케팅 분야의 실무를 경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막연한 흥미만 가지고 있어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는 분야를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또 다른 선배의 추천으로 현장실습 제도를 알게 되었다. 학연산 클러스터 체계가 매우 잘 돼 있는 우리 학교는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을 포함하여 다양한 기업과 직군을 다루는 현장실습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나는 의·약학 연구개발 기업의 전략기획 부서에서 6개월간 마케팅 실무를 담당하며 사회생활을 체험했다. 책에서만 보았던 마케팅을 실제로 경험하면서 내가 알던 것을 적용하고 확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첫 사회생활이라 걱정이 많았지만, 최종 평가에서 업무 이해도와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와 함께 정직원 입사 제의를 받는 뿌듯한 경험을 했다. 생각했던 것들을 이루게 해주는 곳 결국, 글 서두에 던졌던 질문의 답은 ‘그렇다’이다. 한양대에서 보낸 5년 동안 내가 받은 것들은 무수히 많다. 교환학생·현장실습을 경험하며 나의 부족한 부분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것을 채우려 더 열심히 공부했다. 한양대에서 제공한 기회를 통해 얻은 값진 경험들이 나를 한층 더 성장시킨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한양대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이 있다. 매 수업 열정을 다해 가르침을 주시는 교수님들, 각자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 여러 가지 고민에 소중한 조언을 주어 나를 이끌어준 선배들과 잊지 못할 대학 생활을 만들어준 동기들까지. 이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으리라 생각한다. 남들과 차별화되는 방법은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다. 우리 학교는 특히나 이런 경험을 누릴 기회를 많이 제공하고 있다. 체계적인 교환학생 제도, 다양한 기업들과 연계해 실무를 체험할 수 있는 현장실습 제도 등 이 글에서 열거한 것들 이외에도 우리 자신을 성장시킬 기회가 많다. 졸업을 앞두고, 또 다른 시작이 나를 기다리고 있지만, 지난날의 경험들은 내게 앞으로도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주었다. 이번에 입학할 신입생들뿐만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우리 대학에서 제공하는 많은 것을 누리며 대학 생활을 즐겼으면 좋겠다. 또한, 이곳 한양대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것들을 마음껏 이루고, 이를 토대로 자신을 완성하는 시기를 가지기를 소망한다. 글 임하은 학생(경제학부 15) 한양인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한양대학교 학부생 및 대학원 재학생과 학부모, 동문, 교직원 등 한양인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시, 에세이, 여행기, 감상문 등을 이름, 소속, 연락처와 함께 보내주세요. 작품 및 사연이 선정된 분께는 소정의 선물을 보내드립니다. 주제 제한 없음 | 분량 원고지 12매 이내 | 마감 5월 10일 접수 한양대 미디어전략센터 <사랑한대> 담당자 newsh@hanyang.ac.kr ※ <사랑한대>를 우편으로 받아보시는 독자는 주소 변경 시 아래로 연락 바랍니다. 구독 및 주소 변경 [온라인] http://hyu.ac/love [전화] 070-7711-9933 본 내용은 한양대 소식지 '사랑한대'의 2020년 봄호(통권 제253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 사랑한대 2020년 봄호(통권 제253호) 보러가기

2020-01 02

[오피니언][사랑한대] 빙판길 겨울철 빈번한 '낙상사고' 주의

빙판길 꽈당! 겨울철 빈번한 '낙상사고' 주의 겨울철에는 근육이 경직돼 반사적 대응이 떨어져 쉽게 넘어지거나, 길이 얼어붙어 자칫 미끌어질 수 있다. 낙상 사고시 비교적 가벼운 타박상이 대부분이지만, 뼈가 약한 중장년이나 노인의 경우에는 골절이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척추나 고관절(엉덩이뼈)을 다치면 혼자 걷지도 못하고 일상생활에도 큰 불편을 겪게 된다. 골절이 심각한 경우에는 여러 합병증을 유발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겨울철의 복병, 낙상사고의 예방법 및 치료법 등을 알아보자. 어느 부위에 잘 생기나요? 낙상사고로 인한 주요 골절 부위는 손목, 척추, 엉덩이다. 손목과 척추는 골절이 되더라도 증상이 없이 지내거나 수술을 받지 않아도 치유되는 경우가 많으나, 고관절의 경우 이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인다. 엉덩방아를 찧으면 처음에는 통증이 심하지 않고, 부기가 적어서 이상 여부를 잘 느끼지 못한다. 특히 노인들은 평소 활동력이 별로 없거나 치매 같은 신경계 질환을 가진 경우도 있어 초기에는 잘 모르고 있다가 시간이 지체된 후에야 골절을 발견하기도 한다. 고관절 골절은 대퇴골의 목 부분(경부)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처음에는 단순히 금만 간 경우라도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분리되는 형태로 진행된다. 어떻게 치료하나요? 고관절 골절이 발생할 경우 수술이 필요하다. 고관절은 보행 시 체중의 약 3배의 충격을 받는 부위라 골절을 잘 맞춰 놓아도 쉽게 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해부학적 구조상 뼈로 가는 혈액의 공급이 골절로 인해 차단되고, 뼈가 영양 공급을 받지 못해 골절 부위가 붙지 않거나 괴사할 수 있어 대부분은 수술을 시행한다. 수술은 크게 환자 본인의 뼈를 붙이는 방법과 인공 관절로 대치하는 방법이 있다. 먼저 본인의 뼈를 붙이는 수술은 환자 자신의 뼈를 이용해 골절을 맞추고 붙이기 때문에 수술 후에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데 유리하나, 골절이 붙을 때까지 장기간 안정을 취해야 하고, 붙지 않으면 재수술을 할 수도 있는 단점이 있다. 인공 관절로 대치하는 수술은 재수술의 위험성이 낮고 조기에 보행을 시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수술이 광범위하고 출혈이 많은 단점이 있다. 골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넘어지지 않는 것 외에 골절을 예방하기 위한 묘책은 없다. 그러나 골절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다. 골다공증 환자라면 뼈의 강도가 낮아서 단순 낙상에 의해서도 골절을 입을 위험이 더욱 크다. 이러한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골다공증을 진단받는 것이 중요하다. 병원에서 고관절 골절로 수술받는 환자의 대부분이 골다공증 검사를 해본 적이 없으며, 골절 이후에야 비로소 본인의 골다공증을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신의 골다공증 여부를 미리 진단받고, 만약 그렇다면 적절한 약물치료로 골다공증을 치료해야 한다. 또한 평소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도 골절 예방에 도움이 된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근육의 양은 감소하고, 반사신경과 같은 운동신경도 둔화한다. 이로 인해 추운 날씨에 움츠린 상태에서 걷다가 넘어지면 적절한 보호 동작 없이 고관절 부위로 넘어져 골절이 발생한다. 적절한 운동법으로는 빠르게 걷기, 조깅, 층계 오르내리기가 있다. 평소 1시간씩 일주일에 3회 이상 이 같은 운동을 함으로써 근육의 힘과 뼈의 강도를 높일 수 있어 골절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결론적으로 겨울철 골절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눈이 온 날에는 외출은 되도록 삼가되, 외출해야 한다면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하고, 장갑이나 목도리를 착용해 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움츠리고 걷지 않도록 한다. 아울러 평소 꾸준한 운동과 골다공증에 대한 관심과 치료로 겨울철 골절을 예방할 수 있다. 글. 김이석 교수(한양대학교병원 정형외과) 본 내용은 한양대 소식지 '사랑한대'의 2020년 1,2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 사랑한대 2020년 1,2월호 보러가기

2020-01 02

[오피니언][사랑한대] 사회 변화를 위한 교육적 상상력

“교육이 사회변혁을 위한 궁극적인 수단은 아니지만, 교육이 없으면 사회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없음은 사실입니다.” <프레이리의 교사론> 중에서 교육을 통한 사회적 변화는 어디까지 가능할까? 가르치는 일은 학생들과의 개인적인 상호작용으로, 한 아이가 자라고 성장하는 것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교사에게는 큰 보상이 된다. 수많은 업무 가운데에서도 학생들과의 크고 작은 소통과 교감을 통해 가르치는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영감과 힘을 얻는다. 하지만 학생들의 자라나는 모습 안에서 사회적인 변화까지 그려보기란 쉽지 않다. 교육을 통한 사회적 변화는 어디까지 가능한 것일까? 한 학생을 가르치는 일에서 기대할 수 있는 사 회 변화는 어떤 모습일까? 2019년 한양미술+디자인교육센터(Hanyang Education in Art & Design, HEAD Lab)에서 진행한 교육사업들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저소득층 미술영재교육 사업과 발달장애 청소년 미술교육 사업을 통해 결핍의 관점이 아닌 차이 그리고 이로 인한 특별함으로 학습자의 다양성을 존중할 수 있는 교육적 방법을 찾고자 했다. 〈들꽃, 드디어 꽃이 되다〉, 〈온 세상이 나를 바라볼 때〉라는 수료 전시의 제목은 이런 프로그램의 성격을 잘 보여줬다. 참여한 초중등 학생들이 사회적 기준에 따라 저소득층 혹은 발 달장애 학생으로 분류될 수는 있겠지만, 전시된 작품을 자세히 바라보면 소외 집단이 아닌 한 명, 한 명 저마다의 주체적인 목소리로 세상을 이야기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각자의 출발점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키울 수 있도록 사회적 규준과 일반화된 잣대에서 벗어난 학생들은 종종 출발점에서, 교육 과정에서, 혹은 교육 결과에서 불평등을 경험한다. 공정함과 합리주의를 내세운 교육 체제가 공평성(equity) 보다는 균등함(equality)을 확보하는 데 머물고 말기 때문이다. 자신의 모습 그대로 인정받는 것, 그리고 각자의 출발점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개발할 충분한 기회를 제공받는 것은 우리 아이들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표준화된 시험을 통해 같은 기준으로 평가받고, 그 결과가 학생들의 전부가 되어버리는 사회 안에서라면 차이는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이자 한계가 된다. 모든 학생이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장애물을 한 번에 제거할 수 있는 묘안은 없지만 자신만의 색으로, 자신의 관점에서 한계 상황 너머의 세계를 바라보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의미 있는 시도가 될 수 있다. 이는 같은 교육 과정과 표준화된 시험에 학생들이 맞춰지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내용과 방법이 학생들의 관심과 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변형되고 조율되는 교육 환경을 전제로 한다. 어쩌면 비용이 많이 들고 학습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는 비효율적인 방식이 되겠지만, 학습자의 차이에 기초한 개별화된 교육을 모색하는 것은 복잡성으로 대표되는 미래 사회로의 변화를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예술을 통한 미적 경험으로 삶에 의미 부여 미술교육은 산업화 모델에 기초한 근대 교육이 시도하지 못한 교육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데 유용한 기반이 된다. 자유롭게 그려보라는 미술 선생님의 이야기에 백지 앞에서 막막함을 느꼈던 학창 시절의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지, 어떻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하는지를 묻기보다는 암기한 것을 재생할 수 있는지, 얼마나 빨리 풀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교육에 익숙해진 탓일 것이다. 이러한 표준화된 틀 안에서 잘 적응하기 어려운 학생들은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표현하고 공유하는 기회를 잃고 분리되거나 소외되기 쉽다. 예술을 통한 상상력을 강조한 교육 철학자 맥신 그린은 사회의 다양한 장면에서 주변화된 소외계층 학생들이 집단에서 ‘보이지 않음(invisibility)’을 극복하는 데에 미적 교육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술을 통한 미적 경험과 표현은 사회가 정해준 자리에 자신을 위치시키기보다는,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이 주인공인 세계를 상상하며 그려가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세계화 시대에 난민, 이주노동자 유입, 정치적 이념이나 계층 간 갈등으로 인한 사회 양극화 등 증가하는 문화적 다양성은 외면할 수 없는 교육적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개인적, 문화적, 사회·경제적 차이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배려는 정규 분포 밖에 놓인 다양한 학생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모두를 위한 교육의 틀을 구축하는 데 핵심이 된다. 차이가 배제의 이유가 아닌 특별한 가치로 인정되는 교육, 학습이 객관적 지식의 습득을 넘어 자유로움을 획득하는 과정이 되는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한 학생, 한 학생에 집중하여 문화적 다양성을 획득하기 위한 교육적 실험과 시도가 이루어질 때, 포용적 사회로의 전환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글. 김선아 교수(사범대학 응용미술교육과/한양미술+디자인교육센터장) 본 내용은 한양대 소식지 '사랑한대'의 2020년 1,2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 사랑한대 2020년 1,2월호 보러가기

2019-11 01

[오피니언][사랑한대] 가슴을 쥐어짜는 통증 ‘심근경색’

찬바람이 불어오는 늦가을과 겨울철. 건강에도 월동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추워질수록 더욱 위험해지는 심근경색에 단단한 대비를 해야 한다. 심근경색의 원인과 특징, 치료와 예방법 등을 소개한다. - 글. 이용구 교수(한양대구리병원 심장내과) 흡연,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이 위험요인 심근경색 및 심혈관 질환은 한국인 사망원인에서 암을 제외하고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다. 매년 약 3만1000명의 환자가 심근경색 및 심부전증으로 국내에서 사망한다. 심근경색 발생률은 비만, 서구화된 식생활 습관, 당뇨병의 증가 등으로 최근 10년간 상승하는 추세이며, 의료진과 응급의료 체계의 꾸준한 발전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심근경색에 의한 사망률은 5~10% 정도로 최근 10년 정도 변화가 없다. 심근경색은 협심증의 일종으로 협심증 중에서도 급성이며 가장 중증에 해당한다. 협심증이란 동맥경화에 의해 심장의 관상동맥에 협착이나 폐색이 발생해 심장에 필요한 산소공급을 충분히 받지 못할 때 발생한다. 심근경색은 이러한 협착이나 폐색이 빠른 속도로 발생해서 심장의 근육이 산소 부족으로 괴사할 때를 말한다. 광범위한 심장의 손상과 기능 저하를 동반한다. 혈액의 점성이 높아지며 혈관 수축이 잘 일어나는 겨울철에 특히 많이 발생한다. 협심증 및 심근경색은 동맥경화가 원인이 되는 질환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위험요인은 흡연,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이다. 따라서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금연이 필수적이며, 고혈압이나 당뇨병, 고지혈증과 같은 만성질환이 있다면 가정의와의 꾸준한 진료를 통해 안정적으로 조절해야 한다. 비만이나, 신체활동 감소도 위험요인으로 지적되기 때문에 활동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슴 중앙 부위에 통증이 가장 많이 발생 심근경색의 증상은 가슴이 조이거나 심하게 짓눌리는 느낌이 최소 30분 이상 지속되는 흉통이 가장 흔하다. 대개 ‘가슴을 쥐어짠다’고 호소한다. 치료가 종료될 때까지 수일간 완화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흉통은 대부분 가슴의 중앙 부위에 가장 많이 발생하나 그 위치가 매우 다양하여 턱부터 상복부 사이에 어디에나 통증이 올 수 있고, 등이나 팔에 생기기도 한다. 호흡곤란, 현기증, 구역질, 식은땀, 시야 장애 등을 동반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이런 증상이 한 번이라도 20~30분 정도 지속되면 빨리 구급대에 연락해서 응급실 진료를 봐야 한다. 5~20분 정도로 짧게 나타날 때도 심장내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통증 발생 시 최대한 빨리 심장내과 전문의 찾아야 심근경색의 치료는 협착이나 폐색이 발생한 심장의 관상동맥을 빠르게 재개통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심근경색으로 예상되는 통증이 발생하면 최대한 빨리 심장내과 전문의가 근무하는 병원에 가야 한다. 흉통 발생 2시간, 병원 도착 90분 이내에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을 시행해서 혈관을 재개통해야 심근경색의 후유증이 적고 사망 사고를 피할 수 있다. 시술 전 혈압이 저하되지 않은 경우 시술 후 사망률은 5~8% 정도이며, 시술 후 4일 정도면 충분히 퇴원해서 1주 후 정도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시술 전 혹은 시술 중에 혈압저하가 발생한 경우라면 이미 심각한 심기능 저하가 발생한 상태라서 시술 중 혹은 시술 후 30일 이내에 사망할 가능성이 무려 50%에 이른다.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을 받은 후에도 꾸준한 심장내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하며, 최소 1년간은 2개의 항 혈소판제제 투여가 필요하다. 이 항 혈소판제제의 흔한 부작용은 속 쓰림과 위궤양이다. 또한 항고지혈증(콜레스테롤) 약제는 평생 복용해야 하는데 근육통과 무력감이 흔한 부작용이다. 따라서 전문의 진료 과정에서 이와 같은 부작용의 발생을 꾸준히 상담하고 줄여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Tip. 1. 심근경색은 겨울철에 흔히 발생하며 사망률이 매우 높은 중증 질환이다. 2. 예방을 위해서는 동맥경화의 위험요인인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흡연에 대한 조절이 필요하며, 흉통이 있을 때는 조기에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3.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응급실 진료와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술을 시행해야 한다. 4. 심근경색증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심장내과 전문의와의 꾸준한 상담과 진료가 필요하다. 본 내용은 한양대 소식지 '사랑한대'의 2019년 11,12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2019-11 01

[오피니언][사랑한대] 도서관 그 이상의 공간 백남학술정보관

의과대학을 다닌 내게 대학도서관이란 곧 의학도서관이었다. 학과 특성상 의학서적이나 의학저널을 주로 찾아 읽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 새로 지은 백남학술정보관을 방문하고 많이 놀랐다. 그곳은 예전 기억 속의 낡고 우중충한 도서관이 아닌 놀라운 복합공간으로 바뀌어 있었다. 글. 백승삼(의예과 87학번, 한양대의료원 서울병원 병리과 교수) 대학도서관이란 곧 의학도서관 나는 1987년 한양대 의예과에 입학해 6년 동안 대학을 다녔다. 졸업과 동시에 한양대병원에서 수련의와 전공의 생 활을 하였고, 그 후 3년간 공중보건의사 복무도 마쳤다. 그리고 다시 한양대와 한양대병원으로 돌아와 지금까지 교수 생활을 하고 있다. 학교 업무와 병원 진료를 함께 하며 바쁘게 살다 보니 어느새 내 나이가 50이 넘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학창시절 생각이 많이 난다. 지방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니고 서울로 올라와 대학생활을 시작한 나 는 비교적 조용한 학생이었다. 당시 한양대의 풍경은 서울 시내 중심가에 있지 않아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았다. 그냥 조용하고 차분한 대학의 모습으로 기억한다. 의대 졸업 후 의사가 되고 나면 막연히 교수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는데 운이 좋아서인지 결국 그 꿈을 한양대에서 이 뤘다. 의대생이었던 나는 당연히 의학도서관을 자주 찾았다. 당시 의학도서관은 다른 일반 서적은 거의 없이 의학 관련 책들과 각종 의학 저널들로만 가득했다.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백남학술정보관 얼마 전 구하기 힘든 책을 열람해 보고자 백남학술정보관을 찾았다. 다행히 병원과 가까워서 찾아가기에도 부담이 없었다. 1993년 대학 졸업 후 한양대 교수로 발령받아 지금까지 학교에서 지내왔지만 백남학술정보관은 신축 이전 (1998년) 후 처음 이용해봤다. 사실 교수가 되어서도 도서관에 갈 일은 거의 없었다. 세상이 좋아져 필요한 학술 자료는 컴퓨터로 쉽게 찾을 수 있어서 도서관의 필요성이나 존재를 망각하고 살아왔다. 백남학술정보관은 내게 상당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옛날과는 많이 달라진 도서관 풍경이 신선하다 못해 낯설었다. 흑백 사진과 컬러 사진의 차이라고나 할까? 웅장한 현대식 석조건물로 탈바꿈한 학술정보관은 건물만 옮겨온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환골탈태’ 했다. 건물 입구로 들어서면 자유롭고 쾌적한 라운지 공간이 나온다. 그냥 앉아 있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휴게 공간에 신간 도서들을 비치해둔 아이디어도 마음에 든다. 대출 신청한 책이 나올 때까지 그곳에서 신간 서적을 읽기도했다. 또 사서를 거치지 않고 컴퓨터로 원하는 책을 찾는 것도 완전히 달라진 도서관 풍경이었다. 만약 원하는 책이 이곳엔 없고 ERICA캠퍼스 도서관에 있어도, 얼마든지 대출이 가능하다. 얼마 전에는 ‘나르키소스(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테스피아이의 미소년)’를 알아보기 위해 탈리아의 화가 카라바조(Caravaggio)의 책을 백남학술정보관에서 빌려 봤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쉽게 그림을 찾을 수 있지만, 책으로 직접 본다는 것은 또 다른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덤으로 작가의 다른 작품도 만날 수 있는 호사도 누릴 수 있으니 말이다. 집에서 잠자던 책을 병원으로 그동안은 좋은 책을 발견하면 무조건 직접 사서 읽었다. 커피, 부동산, 재테크, 심리학, 건축 등 그때그때 관심 분야의 책을 사들였다. 집에 수백 권의 책이 쌓였고, 그 풍경을 멋으로 알았다. 얼마 전 집에 있던 책을 모두 병원에 가져와 회의실에 작 은 도서관을 만들어 직원들과 공유하고 있다. 내 관심사 위주의 책들이라서 호불호가 있겠지만 그래도 없던 책이 생기니 직원들도 좋아한다. 앞으로 또 책을 사면 집에 쌓일 것 같아 시작한 도서관 출입이 내게 매우 신선한 경험으로 다가왔다. 필요한 책이 생기면, 난 언제든 백남학술정보관으로 향할 것이다. 본 내용은 한양대 소식지 '사랑한대'의 2019년 11,12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한양인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한양대학교 학부생 및 대학원 재학생과 학부모, 동문, 교직원 등 한양인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시, 에세이, 여행기, 감상문 등을 이름, 소속, 연락처와 함께 보내주세요. 작품 및 사연이 선정된 분께는 소정의 선물을 보내드립니다. 주제 제한 없음 │ 분량 원고지 12매 이내 접수 한양대 미디어전략센터 <사랑한대> 담당자 newsh@hanyang.ac.kr

2019-10 01

[오피니언][리포트] 중국 대학생들이 한국 대학생보다 창업 비율이 높은 이유?

한양대학교 사회과학대학에서는 지난 7월 18일부터 21일까지 4일간 ‘Social-Up! 중국 대학생 스타트업 탐방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중국 항저우에서 탐방 활동을 진행했다. Social-Up! 중국 대학생 스타트업 탐방 프로젝트는 창업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도가 증가함에 따라 한양대학교 사회과학대학에서 올해 신설된 프로그램이다. 한국인 학생 3명, 중국인 유학생 2명으로 구성된 우리 팀은 대학생 창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상호 협력을 증진하고자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중국 항저우 시 저장대학교 창업지원센터에서 한양대 사회과학대학 학생들 중국인 교직원들 우리 팀은 3박 4일 동안 중국 항저우 시에 위치한 저장대학교를 방문하여 재학생 대상 설문조사를 시행하였고, 영화 및 광고를 제작하는 미디어 스타트업(杭州鲲睿科技有限公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리 팀이 방문한 저장대학교(ZJU)는 지난 6월 영국의 세계 대학 평가 조사기관인 QS가 발표한 세계대학평가 순위에서 54위이며, 중국 내에서는 4위에 랭크 될 정도로 유명 대학이다. 특히 저장대학교는 소속 대학생들의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저장대학교는 창업 관련 학점과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 인력을 발굴하며, 캠퍼스 내에 ‘창업 훈련소’와 ‘Neo Space’ 등의 창업 공간을 마련하여 재학생과 졸업생의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저장대학교의 적극적인 창업 정책 덕분인지 설문에 응한 저장대학교 학생들의 약 78%는 ‘창업 의사’에 관련된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했다. 이 결과는 중국 베이징 소재 인민대학교(人民大學校)가 발표한 「2017 중국 대학생 창업보고」에서 ‘대학생 응답자의 약 89%가 창업을 고려한 적이 있다’는 보고와 일맥상통한다. 이 2가지 조사결과의 수치적인 차이는 있지만, ‘중국 대학생들은 창업 의향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 팀은 한양대학교 재학생들을 대상으로도 같은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해당 설문조사 결과와 중국에서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한·중 스타트업 생태계 및 대학생 창업 인식을 비교하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지난 9월 9일 사회과학대학 교수들을 대상으로 발표회를 진행했다. 우리는 ‘중국 대학생들의 창업 의사가 한국 대학생들의 창업 의사 보다 약 20% 가량 높다’는 우리 팀의 설문조사 결과와 2015년 기준 ‘한국의 대학졸업생 창업비율이 중국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친다’는 조사 결과에 주목하여, 그 원인을 찾아보고자 두 국가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비고 분석했다. 우리가 지적한 첫 번째 원인은 ‘창업 교육 및 보육 시스템’에 있었다. 우리 팀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국과 자교의 스타트업 지원 제도에 있어 중국 대학생들이 한국 대학생들보다 대체로 더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또한 양국의 스타트업 지원 시스템을 분석해본 결과, 중국의 창업 교육은 시장 지향적이고 실습 중심적인데 반해 한국은 이론형 창업 강좌가 대부분이었다. 한국 무역협회가 발표한 「한중 대학생 창업생태계 비교」에 따르면 중국은 아이디어와 상품이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창업 초기부터 시장조사·기술마케팅 등 1:1 멘토링 및 컨설팅을 제공하는 반면, 한국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창업 공간과 전담 교원의 부족으로 창업 공간 지원 위주의 서비스 제공에 그치는 등 창업 보육 면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우리가 제시한 두 번째 원인은 각국의 청년들이 처한 서로 다른 ‘사회적 환경’이었다. 우리 팀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대학생들은 ‘창업 의사가 없는 이유’에 대해 30% 가량의 응답자가 ‘취업이 더 안정적일 것이다’라고 답했다. 또한, 지난 7월 머니투데이와 취업포털 사람인이 20~30대를 대상으로 공동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가장 선호하는 직업 유형’ 설문에 ‘회사원’이 1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의 많은 청년이 실패의 위험이 있는 창업보다는 안정적인 직장을 원한다는 사회적 현실을 보여준다. 반면, 저장대학교 학생 인터뷰에서는 대부분의 중국 대학생들이 ‘실패할지라도 창업은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는 중국에 ‘유니콘 스타트업(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 기업)’이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것과, 스타트업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중국의 법적 환경이 대학생과 청년 창업자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창업에 도전하도록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ICT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역동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 중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은 ‘스타트업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 활성화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를 창설하였으며, 이에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그러나 대학생 및 청년 창업가가 적극적으로 혁신에 앞장설 수 있는 환경과 인프라가 아직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행정, 경영, 법,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대학생과 청년들이 처한 환경을 그들의 관점에서 인식하고 그들의 의견의 수용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중국 탐방 프로젝트가 그러한 과정의 일부로서 한국 스타트업의 발전에 한 발 내디뎠기를 바란다. 작성 : 한양대 사회과학대학 '중국대학생 스타트업 탐방 프로젝트' 팀장 이지민

2019-09 01

[오피니언][담장 없는 에세이] 팔행시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

팀 프로젝트 준비로 유난히 바빴던 5월, 조용하던 휴대폰으로 한 통의 문자가 왔다. ‘[한양대 8행시] 장원은 아니지만, 최종 8선에 선정된 것을 축하드리며….’ 약간의 기대를 하긴 했지만 8선에 들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부담감이 엄습했다. ‘이걸 엄마께 보여 드려야 하나?’ 글. 오채원(경영학부 17) 한양대를 꿈꾸던 고3 나는 한양대에 합격한 딸이 엄마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8행시를 작성했다. 예선 출품 당시 대다수의 참가자가 학교와 관련된 이야기를 쓸 것이라고 예상했고, 마침 가정의 달이기도 해서 나름 차별화 전략을 쓴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1등 상품인 에어팟이 욕심나기도 했고, 이왕 참가하는 거 적어도 참가상이라도 받고 싶었다. 내 이야기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적으려 했다. 8행시 작성을 위해 지난 고3 생활을 돌이켜봤다. 나는 일명 ‘수시러’였다. 수시 6개 원서 말고는 생각해 보지도 않았고, 안정을 추구하는 성격 탓에 딱 하나만 상향으로 원서를 넣었다. 그곳이 바로 한양대였다. 나는 한양대에 너무도 가고 싶었다. 심지어는 친구들과 한양대생인 척 망상을 하며 이야기하고, 노트에도 ‘한양대학교 17학번 오채원’이라고 적어서 다닐 정도였다. 9월 원서 접수 이후 매일 밤 ‘대학 못 갈 것 같다’며 엄마 옆에서 새벽까지 울었다. 한양대학교 수시 학생부 종합전형 결과가 나오는 12월 6일까지 매일 입학처와 입시 사이트를 들락거리며 조기 발표를 기다렸다. 그런 기다림 끝에 결국 한양대에 최종 합격했다. 그날은 너무 기뻐서 한 끼만 먹었는데도 전혀 배가 고프지 않았다. 새내기 MT 준비로 들떠 있는 내게 엄마는 몇 가지 조언을 해 주셨다. “당당하게 어깨 펴고 다니고,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공부 열심히 해라….” 이 조언을 바탕으로 이번 8행시를 준비했다 장녀가 아니라, 장한 딸이 될게 내가 응모한 8행시의 마지막 구절은 이렇다. ‘장녀가 아니라, 장한 딸이 될게.’ 이 문장에 관해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우선 나는 장녀가 아니라 차녀다. 단어를 맞추기위해 장녀로 바꿨지만, 장녀든 차녀든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같다. 우리는 종종 이름이 아닌 다른 명칭으로 불린다. 누구 엄마, 누구네 아들, 장녀, 차남 등. 과거 가부장제 사회에서는 장남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뭇 자랑거리가 됐다. 요즘은 그런 경향이 덜하지만, 아직도 우리 친척들 사이에서는 장남과 비(非)장남 간의 차별이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장녀 혹은 차녀가 장남을 이기기 위해서는 더 잘난 사람이 되는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딸 둘을 가진 우리 엄마, 기죽지 말고 딸들 자랑하라는 의미에서 마지막 메 시지를 적었다. 장하지 않은 딸의 고백 나는 아직 엄마께 이 8행시를 보여드리지 않았다. 아니 보여드리지 못했다고 하는 게 맞다. 나는 술도 많이 마시고,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직 장한 딸이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워 감히 보여드릴수가 없다. 물론 엄마께서 수상 사실을 알게 되면 딸이 한양대학교 8행시 공모전에서 입상했다고 자랑하고 다니시겠지만, 나는 아직 자랑할 만한 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 성장한 모습으로 ‘엄마, 예전에 내가 이런 것도 썼었어’라며 보여드리고 싶다. 엄마께서 <사랑한대> 매거진을 먼저 받아 보시면 내 계획은 물거품이 되겠지만. 한양대 17학번이 되고 싶어 하던 고등학교 3학년은 이제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3학년이 됐다. 한양대만을 바라보고 달려왔던 내가 이젠 한양에 서 있다. 한양을 꿈꿨고 한양에서 꿈을 이룰 것이기에 100주년 때는 내 이름으로 된 라운지를 하나 만들고 싶다. 앞으로 엄마의 장한 딸이 되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고, 나아가 한양의 장한 딸이 되려한다. 본 내용은 사랑한대 2019년 09-10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